현대 천문학과 물리학의 상징 - 블랙홀

손경근 | 2011.07.19 | 조회 6640
 

블랙홀 - 빛조차 빠져 나올 수 없는 무한대의 중력.


           블랙홀이란 무엇인가?






블랙홀(black hole)의 존재는 현대천문학과 물리학의 이론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대천문학의 별 진화이론과 현대물리학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블랙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인정받지 못한 ‘블랙홀’의 존재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작용한다. 특히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을 중력이라고 하는데, 이 중력 때문에 인간은 공중에 떠다니지 않고 지표면에서 생활할 수 있다.




만일 지구에서 중력보다 더 큰 속도로 물체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 초속 11.2km의 속도보다 빠르게 물체를 던지면 지구를 탈출할 수 있다. 따라서 초속 11.2km를 지구 탈출속도라고 부른다. 물론 지구보다 더 강한 표면중력을 갖는 목성의 탈출속도는 초속 59.5km이다. 여기서 중력이 이들보다 엄청나게 강한 천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천체의 탈출속도는 어떻게 될까? 마침내 광속, 즉 초속 30만km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광속보다 큰 탈출속도를 갖는 천체가 존재한다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상과 같은 이런 아이디어 하나에서 블랙홀이 탄생했다.







1915년, 독일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은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상대성이론의 핵심인 중력장 방정식은 빛이 휘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중력장 방정식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방정식 중 하나로 꼽히며, 이를 완전히 풀어낼 수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른 1916년에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가 회전하지 않는 천체의 경우 해당되는 중력장방정식의 답을 구했다. 그 답에 따르면 태양 바로 주위에서는 중력 때문에 빛이 약 2″(1°= 60′= 3600″)의 각도만큼 휘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 결과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을 이용해 빛이 휜다는 사실을 관측해내자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블랙홀, ‘미운 오리 새끼’ 에서 ‘백조’로 변신





천체망원경 제작 기술의 발달로 중성자별이 발견되면서, 마침내 블랙홀에 대한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의 태도는 돌변하게 된다.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갖는 중성자별의 크기는 대략 한국의 수도인 서울시만하다. 이런 중성자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발견된 이상, 그 보다 조금 더 수축한 블랙홀의 존재를 의심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1950년대~1960년대에 걸쳐 다시 불붙기 시작했고, 이로써 블랙홀의 존재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된다.




특히 뉴질랜드의 수학자 로이 커(Roy Kerr)가 1963년, 회전하는 구대칭의 천체에 적용되는 중력장 방정식의 답을 구해 블랙홀 연구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회전하지 않는 슈바르츠실트 풀이를 구한 지 약 50년이 지나서야 ‘커 풀이’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천문학에서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커 블랙홀이라는 용어가 생겼는데, 이 말은 각각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 회전하는 블랙홀을 의미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결과는, 같은 질량을 갖는다면 슈바르츠실트 블랙홀보다 커 블랙홀의 크기가 최고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었다. 즉, 태양의 경우 블랙홀이 돼 최대한 빨리 자전하면 반지름이 1.5km가 된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영국의 벨(Bell)이 1968년 전파 관측 도중 매우 규칙적이고 주기가 약 1초에 불과한 전파의 박동을 발견했다. 그 당시까지 알려진 어떠한 천체도 이렇게 짧은 주기의 관측 자료를 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 발견은 곧 천문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됐다. 심지어 처음에는 외계의 문명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었는데,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전파원을 펄서(펄사, pulsar)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펄사의 정체는 곧 빨리 회전하는 중성자별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중성자별의 입지도 더욱 확고해졌다.













비로소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얻다



마침내 1969년, 미국의 조 휠러(John Archibald Wheeler)는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믿겨지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이전에는 ‘블랙홀’이란 이름조차 없었다. 그 대신 ‘얼어붙은 별’, ‘붕괴한 별’ 등의 이상한 이름으로 불려온 것이다. 그리고 블랙홀은 ‘빛까지 빨아들이는 지옥’ 또는 ‘시공간의 무서운 구멍’ 등으로 불리며 모든 것을 남으로부터 빼앗기만 하는 ‘놀부’ 같은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그런데 영국의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가 블랙홀에 대한 개념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호킹은 블랙홀이 ‘흥부’처럼 남에게 베푸는 착한 성격도 지니고 있어서, 무궁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탱크로 간주돼도 무방함을 증명했다. 호킹은 이를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Black holes ain't so black)’ 같이 표현했고 1973년,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다. 호킹이 주장한 이론에 따르면, 빅뱅 직후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블랙홀이 무수히 태어나야만 한다. 이런 블랙홀을 ‘원시 블랙홀’이라고 부는데, 원시 블랙홀의 질량은 10만 분의 1g보다 크면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시 블랙홀의 최대 질량은 태양 질량 정도이므로, 크기는 대체로 아주 작다. 이러한 원시 블랙홀이 일반 천체와 같이 초속 수백km의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면, 웬만해서는 다른 천체들에게 중력으로 포획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천체와 충돌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성자만한 블랙홀이 지구에 충돌하면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블랙홀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





현대의 거대한 천체망원경들이 개발되면서 여러 은하 중심 부분에서 태양보다 수억 배 더 무거운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실제로 이들은 크기가 태양계만하고, 태양과 같은 별 1천억 개정도가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이렇듯, 이제는 ‘과연 블랙홀은 존재 하는가’라고 물을 때가 아니라 ‘블랙홀은 몇 종류나 있는가’ 물을 때인 것이다.




또한, 블랙홀은 SF(과학소설, Science Fiction) 작가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줬다. 오늘날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나 영화들 중에, 블랙홀을 통한 시공간 여행을 빌리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 블랙홀이 다른 우주에 있는 블랙홀과 이어질 수만 있다면 우주여행을 하는데 지름길 노릇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사과 속의 벌레구멍과 같아서 사과의 한 쪽 표면에서 다른 쪽 표면으로 벌레가 가는데 시간을 절약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어진 두 블랙홀을 실제로 ‘웜홀(worm hole, 벌레구멍)’이라고 부른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얻어맞았다는 이야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이 이제껏 사과를 많이 인용해 왔지만, 드디어 사과 속의 벌레가 만든 구멍까지 학술용어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웜홀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한쪽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다른 쪽 블랙홀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 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쪽 출구도 무엇이든지 다 집어삼키는 블랙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무엇이든지 내놓기만 하는 ‘화이트홀(white hole)’이 출구에 있어야만 했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양쪽의 입구와 출구를 각각 맡는 웜홀은 이상적인 우주여행의 지름길이다. 화이트홀은 한동안 우리의 희망 사항으로 남아있을 듯 했다. 하지만 최근에 호킹이 제기한 작은 블랙홀은 화이트홀과 다름이 없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입지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블랙홀은 앞으로도 21세기 천문학과 물리학의 상징적 위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인류가 블랙홀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1. 블랙홀


별이 극단적인 수축을 일으켜 밀도가 매우 증가하고 중력이 굉장히 커진 천체를 말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를 둔 것으로, 물질이 극단적으로 수축하면 그 안의 중력은 무한대가 돼 그 속에서는 빛, 에너지, 물질, 입자의 어느 것도 탈출하지 못한다.




2. 일반상대성이론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에 발표한, 중력을 상대론적으로 다루는 물리 이론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시간+공간’의 이론이라면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공간+중력’에 관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질량이 시공간을 휘게 해 중력장이 형성된다고 기술하는 중력장 방정식의 하나로 집약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중력을 다루는 이론 가운데 가장 정확하게 실험적으로 검증됐다.




3. 중성자별


중성자만으로 구성된 별. 원자가 굉장한 압력을 받게 되면 전자가 양성자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가 된다. 중성자별이 그 고압의 중력에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중성자 간의 반발력인 ‘축퇴압’ 때문이다. 중성자별은 축퇴압이 중력과 균형 잡혀있는 초고밀도의 별이다. 중력이 축퇴압을 넘어 버리면 한없이 찌그러져 블랙홀이 된다.




4. 스티븐 호킹의 학설


물체가 블랙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빛보다 빠른 속도가 필요한데, 이런 일은 보통 물체에는 불가능하다. 스티븐 호킹은 이러한 종래의 학설을 뒤집어,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한다는 내용의 학설을 발표했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바로 바깥쪽 진공에서는 양자요동을 통해 입자와 반입자가 생성되는데, 이중 반입자는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으로 떨어지고, 입자는 외부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때 블랙홀로부터 방출되는 열복사를 호킹 복사라고 한다.







 







- 글 박석재 /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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