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이론 - 빅뱅(Big Bang)

손경근 | 2011.07.19 | 조회 7469



빅뱅 - 대폭발로 시작된 태초의 우주






빅뱅(Big Bang)은 대폭발 이론으로도 불리며, 블랙홀과 함께 천문학과 물리학계의 화두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태초의 우주는 엄청나게 밀도도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그 상태에서 대폭발 즉 빅뱅을 일으켜 팽창우주가 되었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정설이다. 빅뱅에서 ‘뱅’은 우리말로 ‘꽝’ 정도에 해당되는 의성어다. 빅뱅은 직역하면 ‘큰 꽝’ 정도의 웃기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정적인 우주





1915년, 독일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는데, 이 이론에 기반을 두고 우주론을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이 이론을 세울 당시에는 우주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동적(dynamic)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때까지 관측된 우주의 모습은 정적(static)이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의 모습을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중력으로 엮어진 은하들로는 정적인 우주를 만들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은하들은 서로 당기기만 할 뿐 밀어내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유한 개수의 은하를 가지고 정적인 우주를 엮어놓으면, 그 우주는 중력에 의해 바로 붕괴됐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다소 억지스럽게 들린 주장, 즉 은하들 사이에는 인력인 중력 이외에도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이것은 서로 잡아당기는 은하들 사이에 ‘버팀목’을 집어넣어 붕괴를 막아 보겠다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에 의해 우주가 정적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됐다.




사실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 속에는 동적인 우주를 기술하는 답도 이미 포함돼 있다. 혹시 책이나 잡지에서 ‘아인슈타인의 실수’, ‘아인슈타인의 고집’ 등 아인슈타인의 학문적 업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한 제목을 발견하면, 바로 ‘척력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주장은 오늘날 일리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프리드만(Friedmann), 르메트르(Lemaitre), 로버트슨(Robertson), 워커(Walker) 같은 당대의 우주론 연구자들은 팽창우주에 관련된 중력방정식의 답을 구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팽창우주에서 팽창속도는 점점 감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를 붕괴시키던 은하 사이의 중력이, 이번에는 우주 팽창을 방해하도록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의 크기는 시간에 따라 늘어나기는 늘어나되, 점점 감속되는 것이다.








허블, 우주 팽창 발견하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허블은 1929년 윌슨산 천문대의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최초로 발견했다. 허블의 결론은, 은하들은 방향에 관계없이 우리 은하로부터 2배, 3배, …, 후퇴하고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거리에 정비례해 더 빨리 후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리 은하를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팽창우주는 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바람을 넣지 않은 풍선들에 점을 찍어, 그 점들을 은하라고 생각해 보자. 이 풍선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점들 사이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풍선의 공기가 빠지면, 표면의 어떤 점에서 보더라도 주위의 점들은 점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만일 이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어떠한 은하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주위의 다른 은하들은 그 은하를 향해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빅뱅 우주론과 연속창생 우주론의 대결






빅뱅 우주론과 달리 태초의 우주가 모든 면에서 지금과 마찬가지였다는 우주론이 한 때 제시되기도 했었다. 즉,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우주에서 은하가 하나씩 없어지면 빅뱅 우주론에서 주장하는 태초 우주의 높은 밀도와 온도를 피할 수 있다는 줄거리를 갖는 우주론이다. 따라서 시간이 제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 우주론에서는 은하가 하나씩 생겨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연속창생(Continuous Creation) 우주론이라고 부른다. 이 ‘시작도 끝도 없는’ 이론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우주의 모습이 똑같아야 한다. 즉,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물질도 끊임없이 생겨나서 총 밀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항상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우주론이라는 의미로 ‘정상우주론’이라고도 부른다.




‘빅뱅 우주론(Big Bang)이 맞느냐 연속창생 우주론(Continuous Creation)이 맞느냐’ 하는 역사적인 논쟁은 사실 미국과 영국의 대결이기도 했다. 빅뱅 우주론은 가모프(George Gamow)를 중심으로 한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연속창생 우주론은 영국의 헤르만 본디(Hermann Bondi), 프레드 호일(Fred Hoyle), 토머스 골드(Thomas Gold) 등의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주장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빅뱅 우주론이 이김으로써 영국이 가지고 있던 우주론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아마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우주배경복사 발견으로 빅뱅 우주론 승리





빅뱅 우주론이 연속창생 우주론을 이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의 양이었다.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산, 행성, 별, 은하 등)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총 물질과 에너지의 약 4%에 불과하다. 이 4% 중에서도 약 3/4은 수소로, 나머지 약 1/4은 헬륨으로 구성돼 있다. 수소가 핵융합을 통해 헬륨이 되려면 우주의 시초가 한 때, 적어도 1천만 도(℃) 이상이었어야 한다. 따라서 우주에 헬륨이 수소의 1/3 가량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태초가 엄청나게 고온에서 시작됐다는 증거가 된다.




빅뱅 우주론에서 보면, 우주가 탄생한 후 약 30만 년이 지났을 때 우주의 온도는 3000도(℃)까지 떨어진다. 그러면 우주공간을 채우고 있던 자유전자들이 모두 수소나 헬륨 원자핵에 붙잡히게 된다. 따라서 그 때까지 전자 때문에 운동을 제한받던 광자(빛)들은 자유로이 운동할 수 있게 된다. 즉 빛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주는 흐렸다가 갑자기 맑아진 셈이다. 이 때 퍼져 나가기 시작한 빛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tion)이다.




미국의 아노 펜지어스(Arno Penzias)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은 1964년 우연히 이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해 빅뱅 우주론이 연속창생 우주론을 제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주배경복사란 태초의 뜨거운 우주 속에 고르게 퍼져 있던 빛이 식은 것으로, 우주 속에 고르게 퍼져 있다가 -270도(℃)까지 식어빠진 상태로 발견됐다. 즉, 우주배경복사는 뜨거운 물로 막 목욕을 마친 목욕탕에 남아 있는 수증기와 같은 것이다. 그 수증기를 보고 목욕을 막 마친 사람이 뜨거운 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추리할 수 있는 것처럼, 우주배경복사를 보고 태초의 우주는 뜨거웠다고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이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같은 빅뱅 우주론 내에서도 우주의 나이를 놓고 논쟁이 붙기도 했다. 현대 우주론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텍사스의 드 보클레르(Gerard de Vaucouleurs)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자들은 100억 년, 캘리포니아의 샌디지(Allan Sandage)를 중심으로 한 천문학자들은 200억 년을 주장했다. 즉, 우주의 나이는 100억 살과 200억 살 사이 어떤 값을 갖는다.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가장 최근 관측치는 137억 년이다.(2010년 3월 천체물리학 저널에서 미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허블망원경으로 수집한 자료와 우주배경복사탐사 위성(WMAP) 자료를 종합해 우주 나이를 137억 5천만년으로 확인, 발표했다.)















빅뱅우주론의 남겨진 숙제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보이지 않는 물질이 우주에 상당히 존재한다고 믿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그 물질을 우리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라고 부른다. 암흑 물질의 정체 규명 문제는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이다. 암흑 물질 이외에도 우주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를 가지고 있다. 이 에너지는 우주팽창을 가속시켜, 마치 아인슈타인의 우주 척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우주를 만든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결코 억지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늘로 던져진 돌은 두 가지 운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다시 땅으로 떨어지든가, 아니면 지구를 탈출하든가 하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그 돌이 어떤 속도로 던져졌느냐에 달렸다. 우주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태초 어떤 크기로 대폭발을 했느냐에 따라 무한히 팽창을 계속하느냐, 팽창을 하다가 멈추고 다시 수축하느냐가 결정된다. 즉, 어떤 세기보다 더 큰 힘으로 대폭발을 했으면 은하들의 중력이 팽창 속도를 감속시킬 수는 있지만 팽창 자체를 막지 못해 영원히 팽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세기보다 더 작은 힘으로 대폭발을 했다면 은하들의 중력은 팽창을 계속 감속시킨 후 마침내 팽창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어떤 것이 우주의 운명인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더 커다란 천체 망원경, 더 정밀한 관측 기술이 개발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분야로 남아 있다.












- 글 박석재 /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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