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소행성 416개 지구 스쳐갔다.

곡성섬진강천문대 | 2018.06.30 | 조회 36



 

"서북쪽 하늘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푸른 불빛이 보였다.

이윽고 하늘이 둘로 갈라지면서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17분.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 툰구스카강 유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덩이가 하늘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상공 5~10㎞에서 폭발했다.

심한 땅울림과 함께 돌풍이 몰아쳤고, 나무 8000만그루에 해당하는 2150㎢의 숲이 파괴됐다.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크기가 쑥대밭이 된 것이다.

폐허가 된 산림에서는 1500마리의 순록 시체와 같은 방향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발견됐고 사건 현장에서 15㎞ 떨어진 곳에서 방목하던 가축들까지 타 죽었다.


블랙홀, 메탄가스 등 추측이 난무했던 이 '불덩이' 정체는 2013년에 이르러서야 확실히 밝혀졌다.

5년 전 사건 현장에서 운석 파편들이 미국, 독일, 우크라이나 과학자 그룹에 의해 발견되면서 미지의 물체가 소행성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산디아국립연구소(SNL)에 따르면 이 소행성의 직경은 27m 정도였고 다른 연구소 관측 결과로도 최대 40m 안팎이었다.

폭발 파괴력은 현재 다이너마이트(TNT)를 기준으로 300만~500만t 위력에 달했다.


2009년 미국 리스크매니지먼트솔루션(RMS)사가 보험회사를 위해 작성한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툰구스카 지역에 떨어진 소행성이 뉴욕 맨해튼에 추락했다면 인명 피해가 1000만명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었다.

예상 재산 피해 규모도 2조달러(약 2151조원)로 추정됐다.

문제는 이 정도 크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직경 30m 정도의 툰구스카급 운석은 대략 100년에 한 번꼴로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지구 궤도에 바짝 가까이 다가오는 소행성들을 '지구 근접 소행성(Near Earth Objects·NEOs)'이라고 부른다.

주로 지구로부터 약 0.3AU(4488만㎞) 이내로 접근한 천체들이 여기에 속한다.

1AU는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인 약 1억4959만㎞인데 이 거리의 30% 안에 들어오면 지구와 충분히 '가깝다'고 보는 셈이다.

현재까지 관측된 NEO는 총 1만8334개이고, 이 중 지름 1㎞가 넘는 소행성도 893개나 된다.

지름 1㎞ 안팎의 NEO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관측 확률이 98%에 달하는 반면 지름 10~30m 크기의 NEO는 관측 확률이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은 작은 천체까지 포함하면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 숫자는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2017년에는 860개, 2016년에는 726개의 소행성이 지구 주변을 통과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6월까지 총 416개 NEO가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

또 지구에서 궤도를 추적 중인 NEO 중 올 하반기 지구를 향해 오는 게 확실한 NEO는 26개다.

 

물론 모든 NEO가 인류에 위협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남아프리카 보츠와나 지역 하늘에서 초속 17㎞로 떨어지다가 현지 농부들이 설치한 CCTV에 포착됐던 소행성은 자동차 크기였다.

지름 1.8m의 이 소행성은 추락 8시간 전 미국 애리조나대 카탈리나 천문대에서 포착됐지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정도 크기 소행성은 대기권에서 안전하게 소멸돼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내버려뒀다.

이보다 더 작은 1m 이하 모래알, 자갈 크기의 유성체도 있다.

감시망에 잡히는 것만 집계해도 매일 100t에 달하는 작은 천체들이 지구로 비 오듯 떨어진다.

대부분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불타서 없어지거나 완전히 타지 않고 바다에 빠진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NEO 중에서도 지구와 닿을락 말락 한 0.05AU(748만㎞) 이내로 날아오는 지름 140m 이상의 소행성이다.

지구 최근접 거리까지 다가오는 이들에는 '지구 위협 소행성(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PHA)'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전체 NEO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PHA는 현재까지 1914개가 발견됐다.

바로 지난달 29일에도 지름 290~650m 사이로 추정되는 소행성 '2001 KB67'이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소행성은 이날 오전 10시 46분(한국시간) 초속 13.33㎞의 속도로 지구에서 0.02AU(596만2971㎞)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했다가 다시 멀어졌다.

이들 소행성이 초속 평균 15~30㎞ 정도로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면 강력한 충격파로 주변 대기를 뜨겁게 가열시키고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직경 1㎞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치면 충격 에너지는 8만~10만Mt(메가톤·1Mt은 다이너마이트 100만t 위력)에 달한다.

바다에 떨어질 경우에는 바다 깊숙이 움푹 파인 구덩이를 만들고 이 구덩이가 빠른 속도로 주변 바닷물로 채워지면 해수면 급하강에 따른 쓰나미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전문가들은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지진이나 해일 등 충격파도 문제지만 충돌 후 지구에 찾아올 '핵겨울' 등 기후변화가 더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행성과 부딪친 지각의 암석들이 잘개 쪼개져 하늘로 솟아오르면 이 알갱이들이 먼지와 결합해 대기권을 떠돌면서 지구로 향하는 햇빛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온이 떨어져 생태계 붕괴가 불가피하다.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당시 번성했던 공룡을 일거에 멸종시킨 소행성은 직경 10~15㎞ 정도로 추정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보통 직경 1.5㎞를 넘는 소행성은 국지적 피해를 넘어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10㎞급 소행성의 경우 생물의 50% 이상을 전멸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타계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천체우주과학축제 스타무스 페스티벌에서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 규모는 소행성 구성 물질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 책임연구원은 "충돌 에너지 크기는 소행성 전체가 쇳덩어리처럼 밀도가 높은 금속으로 돼 있는지 아니면 밀도가 낮은 탄소 비중이 높은지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부피여도 밀도가 크면 피해가 더 커진다"며 "지구 대기에 진입하는 속도, 진입 각도, 바다로 떨어지는지 대지로 떨어지는지 등에 따라서도 피해 양상에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소행성 충돌 위험이 큰 국가에 해당된다.

2015년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진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소행성 충돌로 피해를 볼 위험도가 전 세계 206개국 가운데 한국은 17번째였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행성 261개를 선정하고 자체 개발한 충돌 프로그램 결과와 인구밀도 등을 고려해 위험도를 추산한 결과다.

소행성 충돌로 피해를 입을 위험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이었고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뒤를 이었다.

일본이 9위, 미국은 11위, 북한은 3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과학계는 소행성 궤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NASA는 1992년부터 우주 방위 프로젝트를 통해 1998년부터 NEO 탐사 관측을 시작했다.

또 2009년 말 발사한 광시야적외선탐사우주망원경(WISE)을 2013년부터 전용 연구장비로 활용해 NEO에 대한 물리적 특성 규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께에는 2개의 열적외선 파장을 채택해 어두운 소행성까지 검출할 수 있는 0.5m 우주망원경 'NEOCam'도 발사할 계획이다.

NEOCam은 4년간 140m급 이상의 NEO를 검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지름 1200㎞ 소행성이 지구를 향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비밀리에 조직한 팀을 두 대의 로켓에 실어 소행성으로 보냈다.

이들의 임무는 소행성의 땅을 판 뒤 핵폭탄을 넣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은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한 과학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뒤 20년이 지났다.


영화에서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현실이 돼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와 소행성 충돌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핵폭탄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영화 아마겟돈에서 등장한 소행성 파괴 방식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핵폭탄을 실은 로켓이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구 대기권에서 폭탄이 폭발할 수 있다.

또 소행성에 착륙하거나 땅을 파고 폭탄을 심는 아이디어 역시 당시에는 너무 앞서간 상상이었다.

하지만 우주로 향하는 로켓 발사 성공률은 어느덧 90%를 넘어섰다.


최근 모스크바 물리학기술연구소가 이끈 러시아 연구진은 학술지 '실험이론물리학저널'에 지름 200m 크기 암석으로 이뤄진 소행성을 폭파할 때 필요한 핵폭탄의 크기를 계산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작은 인공 소행성을 만든 뒤 이를 진공 체임버에 넣고 레이저로 폭파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만약 소행성의 작은 구멍에 핵폭탄을 정확히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8~10㎜ 크기의 소행성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레이저 강도는 500J(줄)로 조사됐다.

구멍이 아닌 표면에서 터뜨린다면 650J에 해당하는 레이저가 필요했다.

소행성 폭파 시 작은 규모로 여러 번 폭파시키는 것보다는 큰 에너지를 한 번에 터뜨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실험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름 200m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3Mt(메가톤) 이상의 핵폭탄이 필요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크기가 15㏏(킬로톤)임을 감안하면 200배 이상 큰 규모의 핵폭탄이 필요하다.

다만 이를 정확하게 소행성을 향해 발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러시아 연구진은 "핵폭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행성 성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ASA는 2135년 지구 충돌 가능성이 0.037%로 알려진 소행성 '베누'에 핵폭탄을 쏴 궤도를 바꾸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NASA는 2016년 '오시리스 렉스' 탐사선을 베누로 발사했다.


이 밖에 고출력 레이저를 쏴 소행성을 태우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

비행기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소행성 한쪽 면에 쏴서 궤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솔라 컬렉터' 위성을 발사해 태양빛을 소행성 한쪽 면에 집중시켜 궤도를 바꾸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출처: 매일경제 [김윤진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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